“미궁에 빠진 한국 기후공시…기후금융 생태계 활성화 위해 결단 필요”
페이지 정보
본문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산업의 기후대응을 위한 공시제도 개편 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우려를 전했습니다.
기후공시는 기후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전략 등에 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한 제도입니다. 유럽연합(EU)과 싱가포르는 2025년, 영국·캐나다·호주 등은 2026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2026년 이후’이기는 하나 구체적인 도입 시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비용부담 등을 이유로 재계에서는 2029년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옵니다.
이와 함께 기후공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 부소장은 “(금융위원회가) 국제상황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섣부르게 발표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발 빠르게 발표하겠다는 입장 역시 다시 흔들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콩·싱가포르 기후금융 생태계서 경쟁…한국 ‘뒤처져’
이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기후금융 생태계를 누가 먼저 장악할 것인가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지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올해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39조 원에 이릅니다. 같은기간 230개 이상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받았습니다. 2023년 대비 20% 증가한 겁니다.
지 부소장은 “(홍콩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거의 일치하는 공시기준을 만들려 한다”며 “아시아 내에서 지속가능한금융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2026년부터 기후공시가 의무화됩니다. 스코프3의 경우 2027년부터 의무화하는 방향을 추진 중입니다. 싱가포르는 이보다 빠른 2025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스코프3는 2026년부터 공시가 시작됩니다.
지 부소장은 “금융위가 우리(한국)도 빨리 금융 리더가 되도록 좀 노력해 주셔야 한다”며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국 기업들도 언제 어떻게 인력과 예산을 분배해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끝으로 중소기업이나 중소 금융그룹들 역시 기후공시를 챙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벼락치를 잘한다고 말한다. 벼락치기를 잘하는 건 맞다. 그런데 그건 대기업들의 말이다.”
금융위 관계자 “내부서 논의 계속…기업 차원 우려 고려”
이에 대해 금융위 공정시장과의 장지원 사무관은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장 사무관은 “대내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내부적으로 많이 논의를 하고 있다”며 “기업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 등 해외 상황을 고려해 기업의 이중공시에 따른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그는 밝혔습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글로벌 정책 동향을 계속해서 참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장 사무관은 덧붙였습니다.
스코프3 공시 여부나 이행시점을 두고 기업 차원에서 우려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장 사무관은 “국제적으로 너무 앞서지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며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한편, 기후공시·지속가능성 공시와 관련한 금융위의 향후 계획을 묻는 그리니엄의 질문에 장 사무관은 “실무자로서 답변드릴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다”며 “검토를 통해 무언가를 추진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산업의 기후대응을 위한 공시제도 개편 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들과 토론 패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기후공시 도입 없이 기후금융 상품 활성화 어려워”
기후공시가 해결되지 않을 시 국내에서는 기후금융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 팀장은 “고객이 원할 경우 무조건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며 “(기후금융 상품) 분석이나 투자 방법론이 고도화돼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공시수준이 낮은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해당 상품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최 팀장은 설명했습니다.
최 팀장은 한 상장사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유명 상장사의 3년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봤을 때 스코프2 기준으로도 사업장 범위가 계속 왔다 갔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후공시가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한국회계기준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75%와 투자자 85%가 기업의 스코프3 공시 의무화 원칙이 담긴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초안에 동의했습니다. 또 기준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기업의 90% 이상이 기후공시 제도 의무화를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글 임직원 탈화석연료 퇴직연금 요구 사례 배워야
한편,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한수연 정책활동가는 기후퇴직연금 캠페인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이자 솔루션으로 금융이 계속 소환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개인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기후퇴직연금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몇몇 주요국에서는 노동자가 기후퇴직연금 캠페인 형태로 기후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구글 임직원 1,000명이 올해 6월 회사를 상대로 탈화석연료 퇴직연금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들의 퇴직연금 규모만 11억 5,000만 달러(약 1조 6,300억 원)에 이릅니다. 퇴직연금이 기후리스크에 안전하지 않으므로, 탈화석연료펀드를 기본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영국의 경우 ‘메이크 마이 머니 매터(MMMM)’란 단체가 퇴적연금을 기후금융 관점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채식·대중교통 이용 등 개인의 일상 속 실천보다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21배 더 크다는 것이 단체의 주장입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기반으로 기후퇴직연금 상품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한 정책활동가는 말했습니다.
정책활동가는 “한국 국민연금 운용자산이 1,000조 원이란 것을 고려하면 400조 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은 엄청난 규모”라고 피력했습니다.
구체적인 요건도 제시됐습니다. ▲기후목표 부합 금융배출량 감축목표 제시 및 주기적인 공시·보고 ▲탈화석연료 투자 등 기후목표에 부합하는 투자기준 제시 ▲기후리스크 지표 지속 평가 위한 가입자에게 정보 공개 순입니다.
“노동자들이 주도적으로 기후금융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태한 수석연구원 역시 “선택을 위해서는 정보가 더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은 “여러 부문의 직접 배출량 감축도 중요하나, 금융 그중에서도 기후공시 정책이 감축을 이끌어낼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그리니엄 - 윤원섭 기자
관련링크
- 이전글운용자산 1경원 기관투자자 연합, 스코프3 규제 의무화 촉구 24.12.19
- 다음글EU, 청정기술 육성에 7조원 투자...배터리·수소 초점 24.12.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