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넘어 탄소감축 시대...탄소회계 솔루션, 어떻게 고를까
페이지 정보
본문
- 최현준 카본사우루스 대표 인터뷰(1부)
- 배출량 보고업무 상시화... 단발성 컨설팅으로는 한계
- 처음부터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도입해야
탄소회계, 정말 해야 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022년 기후테크 기업 ‘카본사우루스’를 창업한 최현준 대표를 만나, 기업의 배출량 측정 및 감축을 지원하는 탄소회계 솔루션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최 대표는 액센추어에서 경영컨설턴트를 거쳐, 두산중공업, 한화에너지 등 20년 가까이 IT, 컨설팅, 에너지산업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ㅣ탄소배출량을 관리하는 솔루션 시장이 뜬다
기업에 요구되는 배출량 관련 규제들이 국제화되고 있으며, 관리해야 하는 범위 또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출권거래제 및 목표관리제는 국내 사업장의 국내 사업과 스코프 1, 2에 해당하는 배출량을 관리하고 거래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IFRS) 등 글로벌 요구 사항은 이를 넘어 저 전 세계 사업장과 공급망 전체의 데이터를 포함하는 스코프 3 배출량까지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 인력이 엑셀 등의 범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배출 관련 데이터 관리가 가능했으나, 이제는 전문화된 IT 툴 없이 모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데이터 요구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CBAM은 설비별 '실측'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를 관리하려면 계층 구조(Hierarchy) 기반의 체계화된 데이터베이스(DB)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고도화된 IT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IFRS, CBAM, RE100, Clean Competition Act(미국판 CBAM, 의회 통과 전) 등 다양한 국제 기준 및 이니셔티브들도 각기 다른 보고 형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모든 데이터를 하나의 원소스(One Source) 데이터셋으로 통합해 완벽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탄소시장이 빠르게 디지털화(Digitalization)되고 있는 이유다.
Q. 현재 탄소회계 솔루션 시장에 대한 평가는?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기후 공시 의무화 일정이 확정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솔루션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후 공시 의무화가 정부 및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으나,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ETS에 기반한 배출권 시장도 낮은 유상할당 비중 등으로 배출권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어, 수요 기반이 약하다. 배출량 감축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부족해 성장 동력이 낮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제적인 흐름을 고려하면 솔루션 수요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CBAM, 기후 공시 의무화 등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대응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 컨설팅사와 회계법인의 ESG 부서 등은 폭증하는 기업의 수요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글로벌 탄소 규제 또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량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CBAM의 경우, EU와의 거래 지속을 위해 주기적인 배출량 보고를 요구하며, 2026년 1월부터는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 구매도 의무화된다. 탄소가 기업의 비용으로 직결된다는 의미다.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정확한 관리와 측정이 필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탄소회계 솔루션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본다.
Q. 탄소회계 솔루션이 갖춰야 할 핵심 요건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데이터 정합성, 편의성, 정보 보안이다. 측정 오류로 규제기관이나 외부에 잘못된 정보를 보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형 리스크다. 따라서 배출량 데이터 관리와 산정 과정에서의 정합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편의성도 중요하다. 사용이 불편한 솔루션은 아무리 우수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도 실무자들이 활용하지 않게 된다.
정보보안은 배출량 데이터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기업의 공정 효율성과 전략이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Q. 탄소 배출량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제조 공장이나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구에 물리적인 측정 장비를 설치해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 있다. 배출량의 정확한 파악은 가능하지만, 장비 설치와 유지 비용이 높기에 모든 배출시설에 직접 측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에너지 사용량, 연료 사용량 등 특정 활동의 데이터와 배출계수를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방식이 전력 소비량에 국가별 전력 배출계수를 곱하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카본사우루스는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나?
탄소회계 솔루션이 수집해야 할 데이터는 매우 다양하고 방대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한국전력이나 가스 공급자가 발행하는 고지서 정보 기반의 에너지 사용량 데이터다. 일반적으로 기업 담당자는 월말에 수령한 고지서를 기준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직접 입력한다. 고지서는 스캔해 이미지 형태로 저장하여, 추후 검증을 위한 증빙자료로 쓴다.
그러나 이러한 수기 입력 방식은 오타 발생, 고지월과 사용월의 혼동 등 여러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엑셀을 쓸 경우, 문서 서식에서 숫자 형식이 잘못 설정되어 잘못된 값이 산출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전마켓플레이스가 제공하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소프트웨어 간의 상호작용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면 15분 단위로 실시간 전력 사용량 데이터를 자동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다만, 이 데이터는 배출량 산정을 위한 고지서 데이터와는 차이가 있어 실시간 모니터링 용도로만 적합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의 carbonTrack 솔루션은 전력, 도시가스 등 에너지 공급업체의 사이트에서 사용량 데이터를 직접 가져오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수동 입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데이터 누락 위험을 최소화한 것이다. 고지서를 별도로 스캔하거나 업로드할 필요도 없다. 기업이 이미 관리하고 있는 DB나 설비와 연계해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인 써드파티 솔루션(Third-Party Solution)과의 연동 기능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Q. 글로벌 ERP기업이나 IT솔루션기업 등 전 세계적으로 탄소회계 솔루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수많은 스타트업에서 솔루션들을 내놓고 있다. 담당자들은 어떤 점에 포커스해서 탄소회계 솔루션을 선택해야 하는가?
SAP나 세일즈포스와 같은 글로벌 IT솔루션은 기존 ERP와 연계한 큰 규모의 SI(System Integration) 방식으로 진행 되는 경우가 많다. 신뢰성이 높고 사후 관리도 좋다. 전문 인력들이 기존 시스템의 AS-IS 진단부터 상당 기간 유지보수까지 해준다. 단점으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기존 ERP 고도화 프로젝트는 최소 수 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에 반해, 스타트업에서 출시하는 솔루션들은 일단 가볍고 컴팩트하다. 비용도 합리적이다. 대규모 SI 투자 없이도 기업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능에 한정된 라이트한 버전의 제공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내부에 전문 인력이 많지 않아도 지속적인 매니지드 서비스(Managed Service, 외주 또는 사후 관리)를 통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각 스타트업의 전문 분야가 서로 다르고 기능적인 차이도 있어 국내외 규제 등 외부 이해관계자의 니즈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Q. 솔루션의 가장 큰 목적이 규제 대응에 있다. 적합한 프레임워크로 구동되는지 제3자 인증도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는 ISO 14064-1, ISO 14067, WRI(세계자원연구소) 스코프 3 스탠다드 등 기업의 탄소중립 및 공급망 배출량 측정 관련 국제 검증을 진행 중이다. 배출량 데이터의 수집, 측정, 최종 산출 과정이 적합한 프레임워크를 따르도록 설계 되었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을 받을 예정이다. GHG 프로토콜 글로벌 표준안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제3자로부터 증명을 받는 것이 핵심이다. 클라우드 보안 시스템에 대한 국내외 인증도 확보하고 있다. 12월 초에는 이러한 검증 절차들이 완료될 예정이다.
Q. 실제 기업 실무자들의 고충은 무엇이며,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현재 많은 기업들이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실무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매번 반복적으로 요구되는 전체 사업장의 탄소 데이터 수집이다. 적합한 데이터와 증빙자료를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취합하는 작업은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며, 간소화하기도 어렵다. 매년 높은 비용을 들여 컨설팅을 진행하지만, 실무자들의 업무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사업장의 온실가스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규제의 흐름은 데이터 수집 범위를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공급망 데이터까지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되면 업무량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 CBAM에 대응하려면 제품별 배출량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 이는 엑셀 같은 범용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일이다. 게다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규제 대응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가 필수다. 특히 CBAM 확정기간이 시작되는 2026년 1월부터 EU는 배출량 데이터에 대한 검증 의무를 도입한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따라서 수출 중심의 기업들은 초기 단계부터 IT 솔루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기존에 엑셀로 축적한 데이터를 나중에 다른 시스템으로 이전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적절한 시스템을 도입해 데이터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출처 : IMPACT ON(임팩트온)(http://www.impacton.net)
- 이전글정치·경제 불확실성 고조…2025년 기후테크 업계 전망은? 24.12.20
- 다음글운용자산 1경원 기관투자자 연합, 스코프3 규제 의무화 촉구 24.12.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