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미달땐 납품 못한다"…현대차 파격 결단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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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준' 높이는 현대차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등
입찰 표준계약서에 첫 포함
일정점수 미달땐 납품 못해
현대자동차그룹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결과를 입찰 조건으로 담은 표준계약서를 새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등을 위반하면 내년부터 납품업체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미다. 4차 하도급 업체까지 포함해 협력사가 5000여 개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이 ESG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서 국내 제조업계의 ‘ESG 이행’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9일 노무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ESG 항목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완성하기 위해 계열사별 일원화 작업을 하고 있다. ESG의 어떤 항목을 평가하고, 연도별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1차 협력사에 적용할 표준계약서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노동력의 다양성 △지역주민 권리 보호 △온실가스 감축 구체적 목표 등을 넣는 작업을 조율 중이다.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에 발주사와 납품사 양측이 동의하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며 “ESG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에 70점이 넘지 않는 협력사는 내년 재계약이 불발될 수 있다는 얘기가 1차 협력사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주요 제조사는 탄소배출 관리 등 ESG 요소를 공급망 전체로 확대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유럽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불리는 유럽연합(EU)의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이다.
글로벌 ESG 장벽 '발등의 불'…전방위 대응나선 현대차
협력사와 ESG 계약서 추진
한발 앞서 가는 유럽 완성차업체
최근 EU 등 규제당국은 기업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공급망을 비롯해 제품 사용 및 폐기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탄소 배출까지 기업이 책임지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 ESG 전문가는 “상품에 표시된 ‘그린 라벨’에 대한 검증까지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세계에 판매한 자동차 421만7000대 중 유럽 지역 판매 비중은 15.08%(63만6000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1차 협력사 300여 곳을 대상으로 ESG 평가를 해왔다. 이번 표준계약서 갱신은 그간의 평가에 근거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표준계약서를 갱신하더라도 당장 이를 2~3차 협력업체로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 한 노무법인 관계자는 “중소 부품업체들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면 현대차의 이번 조치는 일종의 강력한 계도 방침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ESG 이행 도우미 될 것”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현대차에 제출해야 할 ESG 서면 평가를 4~8월에 걸쳐 했는데 올해는 전담 조직 신설 여부 등을 포함해 이달까지 보고서를 완료하라는 지침이 전달됐다”며 “현장 실사도 당초 9월에서 7월로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ESG 평가 기간을 앞당기는 대신 개선 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렸다. 11월까지 모든 준비 작업을 마치고, 연내 표준계약서 갱신을 끝내겠다는 목표다.
협력사가 5000여 곳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이 신호탄을 쏘면서 중소 협력사 ESG 관리가 다른 업계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등을 포함한 100% 무탄소 전기를 사용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최근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2020년 이후 총탄소배출량이 29.1% 늘었다”고 발표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MS 지침을 이행하려면 삼성 등도 자체 공급망에 대한 ESG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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