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공급망실사법…ESG 관련정책 쏟아지는데 한 발 앞선 독일·일본에 비해 한국 대응 늦어…정부 역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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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EU 공급망실사법(CSDDD)은 기업이 부담을 가장 많이 느끼는 ESG 규제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한게 현실인데,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H-ESG 포럼이 최근 8일 개최한 ‘EU 공급망실사법 국제동향 및 국내 이행과제’ 세미나에서 이를 제안했다. 그는 “2019년 출범한 새 EU집행위원회가 향후 EU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EU 그린딜’을 제시한 이후 수많은 ESG 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EU는 그린딜 이전 이미 10여년 전부터 ESG 관련 규제 움직임이 있어왔고, EU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수년에 걸쳐 대응방안을 준비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발표된 다양한 EGS 관련 규제 중에서도 ▲어떤 에너지원이 친환경·녹색 사업인지 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기준인 EU Taxonomy(녹색분류체계) ▲역내 금융사에 대한 ESG 공시를 강화하는 SFDR(지속가능금융공시제도) ▲기업의 ESG 공시를 강화하는 CSRD(기업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인권과 환경에 대한 기업의 실사 및 정보공개 책임을 의무화하는 CSDDD(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공급망실사법) 등이 큰 줄기다.
◇강력한 ESG 규제 의지=김 연구위원은 특히 올해 4월 EU의회를 통과해 7월25일자로 발효돼 시행중인 CSDDD는 가장 통과되기 어려웠던 규정임에도 통과된 만큼 EU가 ESG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책이라고 판단했다.
CSDDD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수출 중심의 중견·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SDDD가 기업의 모든 공급망에 대한 실사를 요구하고 있어 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CSDDD의 요건과 범위 등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CSDDD 적용대상 기업은 EU 역내기업의 경우 전세계 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를 넘고 직원 수 1000명을 초과하는 경우다. EU 역외기업의 경우 EU 역내 순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경우이며, 직원 수 기준은 없다.
실사대상은 적용대상 기업과 그 자회사 및 활동 사슬 내 협력업체가 모두 포함되며, 실사항목은 부정적 환경 영향과 부정적 인권 영향 등이다. 실사 이행은 정책 및 위험관리 체계 내 실사를 통합하고 위험평가, 조치, 고충처리 절차, 모니터링을 실시한 후 공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한 발 앞선 독일·일본=김 연구위원은 CSDDD와 관련해, 독일과 일본 정부의 대응 현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은 CSDDD가 제정되기 이전인 2021년 이미 공급망실사법을 통과시켜 2023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독일 공급망실사법 관할당국인 BAFA는 기업 측의 공급망실사 지원을 위해 홈페이지에 별도 공급망실사 카테고리를 만들어, 실사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관련 가이던스(핸드북)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또 연방 외무부는 기업이 공급 망 내 인권 위험을 식별할 수 있도록 국가별 인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연방경제협력개발부 경제개발청을 통해 기업과 인권 헬프데스크를 운영하며 무료상담, CSR 리스크 점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과 인권에 대한 NAP(독일 국가이행계획)와 UN비즈니스와 인권 원칙,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실사 이행을 지원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준비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본은 환경실사는 환경성, 인권실사는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기업 지원서비스를 구축했다. 일본 환경성은 2019년 환경실사연구회를 발족하고 2020년 공급망 환경실사 입문, 2023년 환경경영시스템을 활용한 환경실사 이행 가이드북을 발간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22년 9월 책임있는 공급망 내 인권 존중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하고, 공공조달 기업에게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른 인권존중 노력 의무 도입을 추진해 가이드라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산하 무역진흥기구는 무료로 해외사업에 제한하지 않고 공급망 내 인권 존중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홈페이지에 별도의 공급망과 인권 섹션을 만들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 발 늦은 우리나라=김 연구위원은 독일과 일본은 이미 상당히 오랜 기간 전부터 공급망실사를 준비하고 지원해왔다며, 우리나라 정부도 2022년 12월 공급망실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지난해 5월 공급망실사 대응을 위한 기업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그냥 참고자료일 뿐 독일과 일본의 가이드라인과 동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ESG 규제는 EU가 선도적으로 인프라 구축단계로 진전 중이며, ESG 준수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ESG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거나 사업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공급망실사는 상위 1% 기업에 적용되는 의무가 아니라 제품 생산 가치사슬 내 많은 기업이 해당할 수 있으므로 특히 해외 사업장, 해외 공급업체의 인권과 환경에 대한 위험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과 같이 법제화 이전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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