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RE100… 선언적 공시 多, 그린워싱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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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2>
ESG 커뮤니케이션 분석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모두가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선언한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서의 전환을 알렸던 BRT 선언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재무 보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심층 분석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 특집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시가총액 200위 내 기업 중 공기업, (최종)지주사, 금융사를 제외한 2023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 매출액 상위 30개 기업 모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상당수 보고서가 ‘잘 하고 있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 환경 부문에서는 ‘넷제로’와 ‘RE100’으로 대표되는 ‘선언적 공시’가 눈에 띄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보고서에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밝히며 2017년 25만 8000톤에 해당되는 온실가스를 2030년에는 20만 8000톤으로 줄이겠다고 차트로 표현했다. 하지만,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년 대비 14.8% 가량 온실가스가 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전년 대비 온실가스가 늘어난 11개 기업(포스코인터내셔널, 대한항공, 두산에너빌리티, HD한국조선해양,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DB손해보험, 삼성화재, KT) 모두 보고서 내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밝히고 있었다.
◇ 탄소중립 외쳤지만, 온실가스 계속 늘어… ‘꼼수 공시’도
ESG 데이터 비교 시점을 유리하게 선별해 공시하는 ‘성과 부풀리기’도 있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 사별 기준연도에 따른 감축 성과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전년도 데이터와 비교하면 오히려 증가한 기업들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보고서에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9년 대비 105만tCO2e 감축했다고 적시했으나, 전년도인 2022년 배출량과 비교하면 오히려 51만 1897tCO2e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제철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본문에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중심으로 감축 목표를 설명했으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이후로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다양성 증진 노력으로 ‘여성 관리자 수 증가’를 꼽으며 “2023년 현대글로비스의 관리자 이상의 여성 인재는 6명으로 2021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실제로 2023년 해당 여성 수는 전년과 비교하면 6명으로 동일했다.
◇ SK하이닉스, 중장기 목표 27개별 성과 달성 여부 밝혀
일부 기업이지만 부정적 성과까지 설명하는 시도도 있었다. SK하이닉스는 보고서에 2030년까지의 중장기 목표 27개에 대한 달성 여부를 공개했다. 27개 중 격년 관리 목표 1개를 제외하고 22개의 목표는 달성했으며, 4개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표기했다.
목표를 미달성한 4개 지표는 ▲통합재해율 저감 ▲대사증후군 저감 ▲1차 협력사 ESG 온라인 자가평가 ▲인당 자기개발 교육(연 200시간)이다. 이 중 ‘인당 자기개발 교육’ 지표와 관련된 2023년 목표치는 128시간이었지만, 109시간만 달성했다고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보고서에 2030년까지의 중장기 목표 27개에 대한 달성 여부를 공개했다. /SK하이닉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해당 지표 미달성 이유도 기재했는데, “AI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해 업무 몰입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구성원 교육 시간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년에는 AI 특화 과정과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구성원의 성장 요구를 반영한 교육 과정 개설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통신 기업인 SK텔레콤과 KT는 보고서에 전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을 밝히며 공통적으로 ‘5G 네트워크 장비 구축’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SK텔레콤은 이와 관련해 “향후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 증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미래 전략을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ESG 성과를 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먼저 기업 공시 제도에 대한 룰이 합의돼야 보고서의 신뢰도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나은미래 취재팀 = 김경하·조유현·김규리·채예빈·조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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